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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추천/두고 보자

총알이 빈 게 아니라 남았다고!? | 공동경비구역 JSA

 

이수혁을 추궁하는 소피 장
그럼 이 남은 하난 뭘까요?

거장의 초기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입니다. 남북한 공동경비구역에서 총격전이 발생해요. 북한군 2명이 죽었습니다.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 스위스군이 중재에 나서요. 우정과 비극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2000년 개봉해 컴퓨터 그래픽이나 미술이 다소 어색해요. 주연 배우 연기는 뛰어나지만 주변 배우는 아쉽습니다. 거장이 된 감독의 초기작이에요.

 

 

이수혁을 심문하는 소피 장
핏자국이에요

되감기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카세트 테이프를 되감는 것처럼 돌아가요. 다시 재생하면 거기서 있었던 일이 똑같이 흘러나와야 합니다. 영화 제목을 사용해 막을 세 개로 나눴어요. Joint Security Area를 Area, Security, Joint 역순으로 전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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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일명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서 일어났어요. 다리를 사이에 두고 남북한이 경계 근무를 합니다. 초소 안에 각각 두 명씩 보초가 있어요. 남한은 이수혁(이병헌) 병장과 남성식(김태우) 일병입니다. 북한은 오경필(송강호) 중위와 정우진(신하균) 전사예요.

 


사고가 발생한 날 정우진은 머리를 포함 여덟 발의 총상을 입었습니다. 또 다른 북한군 최만수도 현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몸에서 총알 두 개가 나왔어요. 

 

이수혁에게 결정적 증거를 들이미는 소피 장
아무도 이게 정말 이병장 총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았어요

생존자

이수혁, 남성식, 오경필은 살아남았습니다. 이수혁은 북에 납치됐다가 빠져나왔다고 진술해요. 남성식은 초소에 있었습니다. 오경필은 남에서 이수혁이 침입했다고 주장해요. 결과는 같지만 과정이 다릅니다.

 

스위스에서 소피 장 소령(이영애)이 도착했어요. 이수혁과 남성식을 찾아갑니다. 어쩐 일인지 둘 다 대답을 피해요.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말이 없는 건 시체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증거로 추론을 시작합니다.

현장에서 나온 남한군 탄은 총 11개예요. 정우진 8개, 최만수 2개, 오경필 1개입니다. 모두 이수혁이 쐈다는 정황이에요. 이수혁이 사용하는 베레타는 탄창에 15발만 장전할 수 있습니다. 11발을 쐈으니 4발이 남아야 해요. 그런데 5발이 있습니다. 소피는 다른 한 명이 더 있었다고 추측해요.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은 정우진에게 너무 많이 총격을 가했다는 점이에요. 보통 원한 관계가 아닌 이상 8번이나 방아쇠를 당길 필요는 없습니다. 서둘러 탈출해야 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과는 앞뒤가 맞지 않아요. 소피의 질문은 날카롭습니다. 진실의 문 바로 앞에 왔어요. 이제 자백만 받으면 끝입니다.

 

지뢰를 밟은 이수혁을 뒤에서 덮친 오경필
나 지뢰 밟았어! 지뢰!

우연

작고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모여 비극에 다다랐습니다. 거대한 결과에 걸맞지 않아 쑥스러워요.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수혁은 훈련 중에 오줌을 싸러 갔다가 무리에서 벗어나요. 알고 보니 지휘관이 좌표를 잘못 찾았습니다. 얼떨결에 북쪽 경계 구역으로 넘어갔어요. 게다가 지뢰를 밟습니다.

순찰을 돌던 오경필과 정우진이 쩔쩔매는 이수혁을 발견해요. 적군은 가만히 놔둬도 끝날 운명입니다. 돌아서서 가려는데 이수혁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해요. 오경필은 한번 도와주기로 합니다.

 

이수혁, 남성식에게 가족 사진을 보여주는 정우진
집에 사내라고는 나밖에 없시오


이수혁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돌멩이에 편지와 이것저것을 묶어 북으로 던집니다. 정우진은 호기심에 답장을 써요. 어느 날 이수혁은 다리를 넘어갑니다. 오경필은 한 번 더 받아줘요. 이제 이수혁은 매일 놀러 갑니다. 함께 김광석 노래를 들어요. 초코파이도 줍니다. 끝말잇기와 팔씨름을 즐겨요.

 

사진 한 장에 모두 담긴 이수혁, 남성식, 오경필 그리고 멀리 정우진
어떤 유형의 의사소통도 법에 따라 금지돼 있습니다

진실

판문점은 진실을 감춤으로써 평화가 유지되는 곳이었습니다. 너무 밝은 빛은 가려야 할까요. 진실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병헌은 매우 앳된 모습입니다. 반면 연기는 무르익어 보였어요. 이 작품 이후 ‘번지 점프를 하다’를 찍습니다. 환생을 다루면서도 판타지에 치우치지 않아요. 잘 만든 로맨스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출연작은 한국 최고의 느와르 ‘달콤한 인생’이에요. 고뇌하는 보디가드를 남자도 반할 정도로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헤어질 결심’에 이르기까지 박찬욱 감독은 많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공동경비구역 JSA에는 복수심 없는 총성이 울렸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에 이르는 복수 3부작을 펼쳤어요. 송강호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한 번 더 작품을 같이 했습니다.

 

한 줄 평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데올로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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