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카지노
영화 21은 카지노에서 인생을 바꾼 천재가 주인공입니다. 카드 게임 블랙잭을 소재로 다뤄요. 도박을 운이 아닌 수학의 관점으로 바라봐 흥미롭습니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 원작이 있고 이야기 전개가 탄탄해요. 실제 인물이 딜러로 출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블랙잭 규칙을 쉽게 설명해요. 게임 전략도 어렵지 않아 몰입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편집이나 연출도 좋습니다. 주말에 보기 추천해요.
소방관과 의사
벤(짐 스터게스)은 성적이 아주 뛰어난 MIT 학생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앞으로 진로를 공학도에서 의사로 바꿀 생각입니다. 하버드 의대에 지원해요. 돈이 없어 장학금 면접을 봅니다.
성적도 높고, 각종 경시 대회 경력, 팀을 이끈 리더십도 강조하며 면접관을 설득해요. 어떤 아이들이 소방관을 꿈꾸며 자라듯 자신은 하버드 의대 입학을 꿈꿨다고 절실히 말합니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어요. 더 특별한 경험이 담긴 에세이를 요구합니다. 지난해 수상자는 한쪽 다리를 잃은 한국 학생이었습니다.
벤의 말이나 행동에 공부 벌레 티가 많이 나요. 그만큼 연기를 잘했습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보낸 사람이에요. 학교 밖 인생 경험치가 낮았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양복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시급이 만 원 안팎이에요. 무언가 더 큰 게 필요합니다. 압도적으로 큰 사건이 일어나야 진짜 에세이를 쓸 수 있고, 전액 장학생으로 하버드에 입학해요.
사실 영화는 카지노에서 벌어진 일을 회상하듯 시작합니다. 면접 장면은 이다음이에요. 하루에 게임을 몇 번 이기고 얼마를 벌었는지, 전략이 무엇이었는지 한껏 자랑합니다. 다가오는 위기의 운만 띄우고, 시작점인 면접 날로 돌아가요. 벤은 남들은 하지 못한 스토리와 돈이 필요합니다. 카지노에 가야 하는 완벽한 이유가 돼요.
이성과 감정
블랙잭 이름은 들어 봤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보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줍니다. 딜러와 참가자가 있어요. 뒤섞인 카드를 상자에서 꺼내 나눠 갖습니다. 카드는 저마다 점수가 있어요.
두 개 카드 조합으로 누가 21점이 되거나, 21에 더 가까운 사람이 이깁니다. 생각보다 간단해요. 다만 어떤 카드가 나올지 알기 어렵습니다. 또 딜러는 카드 한 장만 공개해요.
벤은 숫자에 강합니다. 들어가는 수업에서 미키(케빈 스페이시) 교수 눈에 띄어요. 강의 중 문제를 냅니다. 3개의 문 뒤에는 비싼 자동차 한 대와 염소 두 마리가 있어요. 염소는 꽝입니다. 미키는 사회자가 돼 벤을 시험에 들게 해요. 벤이 문 하나를 선택합니다.
미키는 남은 두 개 중 하나를 열어 염소가 있음을 확인해 줘요. 그리고 다시 벤에게 묻습니다. '기회를 한 번 더 줄 테니 바꿀 건가요?' 벤은 바꿉니다. 미키는 왜 바꾸냐고 물어요. 사회자는 자동차가 어디 있는지 아는데 말이죠.
벤은 심리 싸움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접근했다고 답합니다. 처음에 염소를 선택할 확률은 3분의 2고, 차는 3분의 1이에요. 사회자가 하나를 열어 꽝을 보여준다면 문은 두 개로 좁혀집니다. 이때 선택을 바꿀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문제예요.
보통 사람은 선택을 바꾸지 않습니다. 사회자가 정답을 알고 나를 속이려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요. 벤은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확률만 고려합니다. 처음에 꽝을 고르고 바꿔서 차를 얻을 확률이 차를 고르고 바꿔서 염소를 가져갈 확률보다 높기 때문이에요.
벤이 라스베이거스에 간 건 미키 교수 덕택입니다. 미키는 머리 좋은 MIT 제자들과 팀을 꾸렸어요. 팀으로 게임해 이길 확률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한 사람만 게임에 참여해 테이블 상황을 파악한 뒤 승률이 가장 높을 때 판에 참여해요.
명석하고 이성적인 벤이 합류해 수익률을 높이려 해요. 벤은 기대에 부응합니다. 덧셈 뺄셈만 잘하면 됐거든요. 무엇보다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몇 번만 더 왔다 갔다 하면 학비를 충당하고도 남았어요.
영화와 현실
실화인 만큼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사실은 돈을 많이 따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만뒀다고 합니다. 카지노에서 블랙잭이 참가자 승률이 가장 높지만 여전히 딜러가 이길 확률이 더 크다고 해요.
영화에서는 이들의 전략인 '카운팅 카드'가 카지노에서 금기입니다. 보안 요원이 카메라로 감시하다가 폭력까지 행사해요. 불법이 아닌데 불법으로 제지하는 게 다소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두들겨 맞은 사람들이 별다른 반항도 하지 않아요.
레인 맨, 케빈 스페이시
21 안에서 대사로 영화 '레인 맨'을 언급합니다. 두 작품 모두 뛰어난 두뇌로 카운팅 카드하는 이야기가 나와요. 레인 맨은 일부 에피소드고 레이몬드는 자폐가 있습니다. 21의 피셔(제이콥 피츠)가 벤을 레이몬드(더스틴 호프만)와 닮았다며 조롱하는 대화가 있어요. 벤은 처음에 찰리(톰 크루즈)를 생각하며 좋아하지만 이내 얼굴이 굳습니다.
케빈 스페이시는 강렬한 캐릭터 역을 자주 맡았어요. '유주얼 서스펙트' 반전의 주인공입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는 도덕적 금기를 넘었어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데이비드 게일', '마진 콜'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오리지날 '하우스 오브 카드'도 추천합니다.
한 줄 평
합법과 합리화 불법과 부당함 3.0
넷플릭스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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