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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추천/두고 보자

성실한 가장이 춤바람이 나버렸다!? | 쉘 위 댄스

 

 

 

 

 

 

마이의 마지막 댄스 파트너가 된 스기야마
마지막 댄스 상대는 마이 상이 직접 정하시겠습니다

쉘 위 왓치

영화 쉘 위 댄스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작품이에요. 결혼, 승진, 내 집 마련까지 성공한 어느 대기업 세일즈맨의 성실한 일탈을 유쾌하게 그렸습니다. 불륜 현장이라는 사회적인 선입견을 깨뜨리고 사교 댄스에 대한 건전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거예요.

 

 

작품의 완성도가 매우 높고, 연기와 음악, 무대 미술까지 모두 훌륭합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았어요. 추억 삼아 다시 봐도 빠져들거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추천해요.

 

부하 직원들의 회유에도 집으로 가는 스기야마
그럼 해산합시다

숙고한 일탈

스기야마(야쿠쇼 코지)는 대기업에 다니는 세일즈맨입니다. 한 부서를 이끄는 사람으로 보여요. 주변의 평가에 따르면 능력있고 앞으로 승진가도도 탄탄대로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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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성실한 가장이에요. 퇴근하면 다른 길로 세는 일 없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회식을 해도 2차까지 가지 않아요. 젊은 직원이 들이대도 조용히 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결혼, 승진, 내 집 마련까지 일궈냈어요.

 

다만 기운이 너무 없어요. 직장에서의 성과, 다정한 아내, 귀여운 딸 어느 누구도 스기야마에게 들뜬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하루하루 어깨를 굽은 채로 출근하고 퇴근하기를 반복해요.

 

지하철 차창 너머를 올려다 보는 스기야마
견학 자유?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지하철 차창 밖을 올려다봅니다. 사교 댄스 교습소 창이 열리고 실루엣만으로 아름다움을 내뿜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순식간에 스기야마의 마음이 동합니다. 풀렸던 눈에 힘이 들어가 높은 건물을 올려다봐요.

 

 

 

몇 번이고 같은 시간에 그녀를 발견합니다. 하루 중 가장 가슴 뛰는 시간일 거예요. 딴마음을 품는 일도 열심히 해 냅니다.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갈까 말까 망설인 끝에 댄스 교습소를 찾아가요.

 

창문 밖을 멍하니 보고 있는 마이
기시카와 댄스 교습소 견학 자유!

 

처음으로 사회적 기대를 벗어난 결정을 내린 듯합니다. 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양심이 찔렸어요. 다른 여자의 매력에 이끌려 들어간 거니까요. 또 '춤' 하면 '바람'과 연결 짓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90년대에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건전한 사교 모임이 아니라 불륜 현장쯤으로 취급했어요.

 

할머니라서 실망했어요?

나중 생긴 진정성

스기야마의 시작은 어쩌면 나빴습니다. 물론 이것도 사회적인 기준에 근거한 판단일 뿐이에요. 어쩌면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해야지' 같은 시대의 가치관은 나중에 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혼율이 높은 게 그 반증이겠죠.

 

여자의 이름은 마이(쿠사카리 타미요). 실력이 출중한 댄서입니다.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경연 중 사고가 발생했고 파트너와 불화도 겹쳐 지금은 일본에 돌아왔어요.

 

당신도 며칠 못 갈 걸요?

 

많은 남자 수강생이 마이를 좇아 강습을 신청했습니다. 마이는 스기야마 또한 똑같은 사람으로 취급했고 일면 당연한 처사였어요. 스기야마의 소심하고 성실한 데이트 신청은 거절당했습니다.

 

스기야마에게 선을 긋는 마이
혹시 저 때문에 교습소에 오는 거라면 곤란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꼬랑지를 내리고 학원을 그만두기 마련이었어요. 하지만 성실한 스기야마는 남달랐습니다. 자신의 부끄러운 생각과 행동을 반성하고 춤에 더 열심히 임하기로 결심해요.

 

플랫폼에서도 스텝 연습을 하는 스기야마
슬로, 슬로, 퀵, 퀵

 

회사, 집, 화장실, 승강장, 지하철 좌석, 공원 다리밑 가리지 않고 댄스 연습 삼매경에 빠집니다. 이토록 열정적인 삶이 그에게 있었을까요. 진정으로 좋아하는 걸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완전한 몰입으로 매 순간을 살아갑니다.

 

연습한 대로 무대를 잘 해 내는 스기야마
러닝 피니시, 내츄럴 턴, 그렇지!

 

그런 스기야마의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힘이 생겨요. 내가 좋아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지금 나를 설레게 하는 건 뭐지 돌아봅니다. 삶의 의미에 대해 천천히 곱씹어 보는 기회가 됐어요.

 

플랫폼에서 스텝을 연습하는 스기야마를 보는 마이
저도... 스기야마 씨를 보고 있었어요

딱따구리와 비

스기야마를 연기한 배우 야쿠쇼 코지의 다른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작품 '딱따구리와 비'를 추천해요.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우리나라의 송강호나 최민식처럼 믿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영화에 대한 영화예요. 야쿠쇼 코지는 나무꾼 카츠 역을 맡습니다. 마을에 촬영하러 온 영화감독과 우연히 가까워져 출연도 하게 되는 좌충우돌 영화제작기예요. 재밌게도 의욕이 없는 감독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입니다. 어찌 보면 쉘 위 댄스와 정반대네요.

 

한 줄 평

성실한 일탈, 늦은 진정성 5.0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스트리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