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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추천/두고 보자

미련을 그리움으로 치유하는 | 남매의 여름밤

 

 

누나 옥주랑 같이 자고 싶은 동주
여기 내 방이니까 딴 데 가서 자라고

아련한 여름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윤단비 감독의 작품이에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여름을 아련한 정서로 그렸습니다. 평범한 남매의 일상으로 큰 울림을 줘요. 그리움이 중요항 감정선입니다. 주제곡 하나를 여러 목소리로 들려주는데 가슴을 후벼요. 매우 추천합니다.
 

 

미련

반지하방에서 짐을 싸 나오는 세 가족으로 시작합니다. 아빠(양흥주), 옥주(최정운), 동주(박승준)는 작은 자동차에 몸을 싣고 떠나요. 그때 흘러나오는 노래는 장현의 미련(작사/작곡 신중현)입니다. 처음 듣는 예스러운 노래지만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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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모른 채 들었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직 그리움밖에 모를 시간을 살았지만, 나도 모르게 세월과 미련을 느꼈어요. 남매의 여름밤으로 할아버지의 인생을 다 그려 본 기분입니다. 속절없이 흘러버린 생의 사진첩을 넘겨 본 듯해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할아버지(김상동)는 맥주 한 병 내어와 소파에 앉아 있어요. 스피커에서 아련한 노랫말이 흘러나옵니다. 옥주는 음악 소리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가요.
 

노래 미련을 들으며 미소 짓는 할아버지
기약한 날 우리 없는데

미련(작사/작곡 신중현, 노래 장현)

내 마음이 가는 그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갈 수 없는 먼 곳이기에 그리움만
더하는 사람 코스코스 길을 따라서 끝이 없이
생각할 때에 보고 싶어 가고 싶어서
슬퍼지는 내 마음이여 
미련 없이 잊으려 해도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가을 하늘 드높은 곳에 내 사연을
전해 볼까나 기약한 날 우리 없는데 지나간 날 
그리워하네 먼 훗날에 돌아온다면
변함없이 다정하리라 

 

 

할아버지의 감상을 방해 않고 계단에 가만히 앉습니다. 옥주는 난간에 몸을 기대 할아버지를 헤아려요. 할아버지는 추억에 잠겨 환한 표정입니다. 미련 가까이 있던 기억을 모두 웃어넘겨요.
 
아빠는 아마도 옛집에 두고 온 짐들에 미련이 있었을까요. 떠나온 아내에게는 어땠을까.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어떤 심정으로 살아남았나 아무것도 헤아려 보지 않고 가슴에 퍼지는 기운으로만 짐작해 봅니다.

고모(박현영))와 고모부는 어떤 미련으로 아직 서로를 붙들고 있을까요. 옥주와 동주는 아빠 나이가 됐을 때 무슨 미련으로 지난 일을 돌아볼지 궁금합니다. 속을 모르겠는 남자친구는 옥주 기억에 남을지 모르겠어요. 동주는 옥주와 함께한 여름밤을 어떻게 추억할까 생각합니다.

한여름밤의 꿈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꿈 얘기가 자주 나와요.

아빠는 갑자기 수십 년이 지난 어릴 적 사건이 꿈에 나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어린 아빠를 흔들어 깨웠어요. 시계를 보니 여지없이 지각할 시간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있었던 일화를 얘기하는 아빠
세수하고 가방 메고 딱 나가니까... 밤 인거 있지?


헐래 벌떡 씻다가 문득 밖을 보니 밤이에요. 영락없이 할아버지에게 속았습니다. 무뚝뚝한 할아버지가 그런 장난을 치고 뚱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가던 날이 다 늙은 여름에 찾아온 거예요.
 

한창 잘 자고 있는 동주를 깨워 놀리는 아빠
학교 안 가?


아빠는 그날을 동주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합니다. 소스라치게 놀라 세수하다가 방학인 걸 깨달은 동주는 어떨까요. 재밌다던 꿈은 사라지고 아빠의 장난이 어른 된 꿈으로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릅니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을 옥주에게 얘기해 주는 고모
그게 어렸을 때 기억인 줄 알았어

 
고모는 너무나도 생생한 어릴 적 기억을 갖고 살아요. 엄마 포대기에 안겨 횡단보도를 건너는 꿈입니다. 당연히 꿈인 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해요. 포대기에 싸인 내가 보이는 기억. 그건 꿈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자고 있던 누나를 깨우는 동주
엄마가 누나 깨우지 말라고 나한테 이거 주고 갔어


옥주는 유일하게 꿈을 꾸지 않았어요.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야 마침내 경험합니다. 이제는 같이 살지 않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꿈에 나와요. 그토록 미워하는 줄만 알았는데 너무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엄마가 꿈에 나와서 옥주는 행복했어요.

 

한 줄 평

할아버지가 버린 미련 자식손주가 주워 담아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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