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스릴러
영화 끝까지 간다는 김성훈 감독의 작품이에요. 부패한 형사가 타락한 경찰이 벌인 살인 사건에 휘말립니다. 극도로 높은 긴장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갈등이 해소됐을 때 돌아오는 안도와 재미라는 보상이 극을 끝까지 이끌어가요. 상황, 증거, 인물로 수많은 변주를 벌여 지루하지 않습니다. 매우 추천해요.
긴장 오케스트라
긴장감을 풀었다 놨다. 숙련된 연주자의 음처럼 능수능란해요. 상황과 음악, 배우의 표정으로 몰입을 점점 끌어올립니다. 오케스트라 협연처럼 합이 착착 맞아요. 두 인물의 갈등이 완전히 폭발하거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로 화들짝 놀라게 합니다. 훌륭한 연주예요.
집중해서 한 곳만 보고 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듭니다. 스릴러의 끝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건수(이선균)는 부패 형사입니다. 어머님 장례가 있는 날이라 술을 마셨어요.
그런데 경찰서에 내사 감찰반이 들이닥쳤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부랴부랴 운전해서 서로 가고 있어요. 급한 마음에 속도를 최대로 높입니다. 그러다가 도로에 개가 튀어 나와요.
건수는 당황했지만 적당히 피해 지나갑니다. 안심하고 사이드 미러를 봤다가 다시 앞을 보는 찰나 쾅! 사람을 쳤습니다. 창문에 금이 가고 전조등 하나는 완전히 나갔어요. 범퍼도 찌그러졌습니다.
헐레벌떡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숨소리를 들었지만 죽은 게 틀림없어요. 주변에 누가 오는지 살피다가 갑자기 확! 눈을 마주칩니다. 아까 피해 갔던 강아지예요.
변주와 반복
극의 전개는 이런 방식을 반복합니다. 사건의 요소를 차곡차곡 쌓으며 긴장감을 높이고 결과를 보여 줘요. 상황의 세부 사항이 매 번 달라지고, 갈등 양상이 변하고, 결과와 결과의 강도가 달라 매 번 새롭습니다.
건수는 계속해서 고통받아요. 그동안 경찰로서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을 받습니다. 음주운전 단속에 잡혀요. 같은 경찰끼리 넘어가려는 시도가 잘 안 먹히자 도망가려는 준비를 합니다.
아주 천~천~히... 손을 가다듬고, 액셀에 발을 올리고, 눈은 쭉 순경의 움직임을 관찰해요. 분위기가 고조되고 음악도 조용히 음을 높입니다. 이제 기어를 바꾸고 달아나려는 순간! 이를 눈치챈 순경이 크게 호루라기를 불어요.
영화는 흐름이 느슨해지기 전에 팍! 깜짝 놀라게 끊고 안도와 재미를 선사합니다. 아주 탁월해요.
증거주의
일어나는 사건마다 카메라는 사물과 눈을 찾습니다. 인물의 대사는 정황을 만들어요. 물건을 비췄다면 곧 제 역할을 하려고 등장합니다. 금이 간 유리창, 깨진 전조등은 음주 단속 장면에서 존재감을 발휘해요.
순경이 모든 걸 발견하고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됐음을 알아차립니다. 자동차 수색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요. 건수를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한 뒤 긴장을 해소해 재미와 몰입을 높여요.
사고 현장에서 나를 쏘아본 강아지부터 딸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장례식장 환풍구, 어머니 관에 박는 관못, 경찰서 사제 폭탄 시연 행사, 동생이 본 사주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볼 수 없습니다. 세밀한 설계로 조각을 맞춰가는 지적 쾌감까지 쏠쏠해요.
샤이닝,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몇몇 장면에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공포 영화 '샤이닝'이 떠올랐습니다. 건수의 딸이 갖고 노는 장난감 자동차는 잭(잭 니콜슨)의 아들이 저택에서 몰고 다닌 어린이용 자동차를 생각나게 했어요. 건수가 숨은 방에 칼로 문을 부수고 광기 어린 눈을 대는 창민(조진웅)은 미쳐버린 잭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장례식 환풍구로 시신을 나르는 건수를 보면 코엔 형제 감독이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뇌리를 스쳐요. 뜻밖의 행운으로 거금을 손에 쥔 르웰리(죠슈 브롤린)은 모텔 환풍구에 돈을 꽁꽁 숨깁니다. 앞뒤로 환풍구가 이어진 방 두 개를 빌려 발휘하는 스릴 덕에 손이 땀으로 젖어요.
한 줄 평
스릴러 오케스트라 5.0
넷플릭스 왓챠 스트리밍
'영화 리뷰와 추천 > 두고 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실한 가장이 춤바람이 나버렸다!? | 쉘 위 댄스 (16) | 2023.08.08 |
---|---|
12월은 너무 늦어, 지금 당장 | 8월의 크리스마스 (6) | 2023.08.06 |
미련을 그리움으로 치유하는 | 남매의 여름밤 (24) | 2023.06.22 |
주인공 이름 없는 황당한 영화? | 드라이브 (4) | 2023.06.09 |
제목을 거꾸로 읽고 싶은 | 성적표의 김민영 (9) | 2023.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