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영화 작전은 이호재 감독의 작품입니다. 주가를 조작해 돈을 버는 작전에 대한 이야기예요. 가수 임창정이 연루된 주가 조작 사건과 매우 비슷한 스토리입니다. 뉴스로 듣고 어려웠던 개념을 영화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특히 금융 용어를 극 중 자연스러운 대화로 재밌게 풀어냅니다. 속도감 있는 편집 덕분에 전개도 흥미진진해요. 반전도 만족스럽습니다. 추천해요.
주가 조작
한국 주식 시장에 만연했던 또는 여전한 주가 조작을 사실감 넘치게 극화했습니다. 주식을 안 해 본 사람에게 금융 용어는 어렵게 다가올 수 있어요. 다행히 극 중 인물들 사이 자연스럽고 쉬운 대화로 알기 쉽게 설명해줘 이해를 도왔습니다.
주가를 조작하는 방법은 간단했어요. 1. 생명공학처럼 언론과 투자자의 관심을 끌만한 분야를 선정한다. 2. 저평가 돼 값싼 기업을 찾는다. 3. 돈이 많은 쩐주를 모집한다. 4. 주가 차트를 보는 사고팔고를 반복하며 주가를 끌어올린다. 5. 소위 말하는 개미, 개인 투자자가 냄새를 맡고 비싸게 거래한다. 6. 마지막으로 작전 세력끼리 거래해 가격을 급등시킨다. 7. 가장 비쌀 때 팔고 나온다.
현수(박용하)는 주식 투자로 눈물, 콧물 쏙 뺀 과거가 있어요. 인터넷 사업이라고 소개하면 어떤 기업이든 거액을 투자받던 닷컴 버블 시기에 사기를 당했습니다. 신용카드를 여러 장 만들어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줬지만 선배는 얼마 뒤 해외로 잠적했어요.
그 뒤 5년 동안 매일 주식 거래를 하며 재야의 고수가 됐습니다. 주식 차트의 움직임만 보고도 어떤 상태인지 바로 진단을 내려요. 지금은 동생 준수(박재준)에게 비싼 소고기도 사 줄 정도로 벌었습니다. 얼마 전 쏠쏠한 수익을 올린 덕분에 뭉칫돈으로 엄마 용돈도 챙겨요.
오랫동안 추적했던 작전 주 '오메가 통신'을 작전 세력보다 먼저 팔고 나와 큰 차익을 손에 쥐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6번과 7번 사이를 정확히 파고들어 현수는 돈을 따고 세력은 손실을 입었어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사건의 전말
현수가 망친 작전은 사실 황종구(박휘순)의 계획이었어요. 종구는 용역 깡패였지만 책을 가까이 하며 성공을 꿈꿨습니다. 자신의 큰 형님이 감옥에 들어가 면회를 했는데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는 마지막 말을 교훈 삼아 조폭을 그만두기로 결심해요.
그보다 결정적인 계기는 교도소 밖에서 벌어졌습니다. 큰 형님이 모시던 재벌회장은 너무 쉽게 풀려나는 모습을 봤어요. 종구는 투자 회사를 세우고 큰돈을 굴립니다. 한낱 잡범에서 원하던 대로 경제사범이 됐어요.
현수는 수익을 현금으로 바꾸러 증권사 창구에 갔다가 작전 세력 중 한 명이었던 조민형(김무열)과 마주칩니다. 민형은 현수의 계좌를 보고 작전을 망친 장본인임을 알아차려요. 종구는 부하를 시켜 현수를 손 봐줍니다.
조직에 배신자가 있다고 믿었던 종구는 누가 정보를 줬냐고 다그치지만 현수가 주가 차트를 보는 실력을 입증하자 상황이 바뀌어요. 종구는 새로운 작전판을 짜고 현수에게 주가를 조작하는 거래를 맡깁니다.
빛과 그림자
영화는 주식의 빛과 그림자를 균형 있게 다뤄요. 현수의 처참한 실패담으로 시작해 '역시 주식은 패가망신이야'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금이라고 돈을 벌기 시작한 때도 변변치 않아 보여요. 분명 단 몇 분만에 수백, 수천만 원을 벌지만 단칸방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하루 종일 모니터만 들여다봅니다.
현수가 종구와 본격적으로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해요. 종구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전문가를 모읍니다. 현수는 거래 전문가로 참여해요. 금융감독원의 눈을 피할 정도로 교묘하게 주가를 올리고 내립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담한 클릭으로 수익도 견인해요.
재벌 2세인 박창주(조덕현)가 많은 물량을 미리 사들여 주식의 가격을 받쳐 줍니다. 작전은 돈으로 돈을 버는 게임이에요. 여기서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는 유서연(김민정)도 등장해요. 정치인, 사업가, 재야의 투자자 같은 큰손의 금융 자산을 관리하는 개인 은행가입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불리는 교포 브라이언 최(김준성)는 주가가 떨어질 때 외국 자본을 등에 업고 들어와 호재를 만들어 내요. 외국인이 투자했다고 하면 신뢰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이용합니다.
모든 일이 계획 대로 돌아가며 희망이 보여요. 나도 모르게 '주식을 공부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영화가 흥미진진해 내가 투자할 주식도 그럴 거란 착각에 빠질 수 있어요. 하지만 결말은 매우 교훈적입니다. 기업의 가치를 진정성 있게 바라보는 투자의 중요성을 깨닫게 돼요.
빅쇼트
작전이 한국 주식 시작의 명과 암을 다룬다면,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쇼트'는 미국입니다. 작전은 불법과 폭력이 난무해요. 해마다 반복되는 뉴스와 겹쳐 보이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빅쇼트는 좀 더 근원적인 인간의 욕망과 양심을 들여다봐요. 2008년 금융위기 때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때 위기를 예상하고 떼 돈을 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금융 상품은 도박과 성질이 비슷합니다. 어떤 상품이 오른다에 돈을 거는 게 보편적인 거래예요. 반면 떨어진다에 거는 공매도라는 게 가능합니다. 덕분에 빅쇼트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마이클 버리는 부자가 돼요.
빅쇼트 또한 어려운 경제 용어를 아주 쉽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해 줍니다. 부담 없이 봐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매우 추천합니다.
한 줄 평
흥미로운 수작이 펼쳐지는 수작 4.0
넷플릭스 왓챠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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