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미묘한
영화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작품이에요. '부모님의 보석 가게를 털다가 어머니가 죽었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사건에 얽힌 인물이 주고받는 감정은 복잡 미묘합니다.
어느 지경까지 가야 부모님의 재산을 도둑질할까 생각이 들지만 영화의 설득력은 좋았어요. 배우는 한 명도 빠짐없이 연기가 훌륭합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에단 호크가 보여 주는 부도덕, 오만, 후회, 처량함이 인상적이에요. 매우 추천합니다.
왜 때문에
앤디(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는 부동산 회계 법인 회사에서 높은 위치에 올랐어요. 억대 연봉을 받으며 풍족한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마약에 손을 댔어요. 심지어 회사 돈을 횡령해 위태롭습니다. 아내 지나(마리사 토메이)는 뉴욕 생활이 힘들어 이민을 가기 원해요. 약물 구매, 국세청 감사, 아내와 이민까지 여로 모로 큰 돈이 필요합니다.
행크(에단 호크)도 궁핍해요. 벌이가 변변치 않습니다. 이혼한 전 부인과 딸을 위해 매달 보내야 하는 양육비뿐만 아니라 지금 사는 집의 월세도 한참 밀렸어요. 여기저기 꾼 돈도 많은데 나가야 할 비용이 계속 치고 들어옵니다. 게다가 형 앤디의 아내 지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어요. 목요일마다 근무 중에 나가서 외도를 합니다.
그런 시기에 앤디가 찾아와요. 큰 거 한탕 하자는 제안입니다. 버는 액수에 비해 우리가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행크를 꼬셔요. 앤디는 행크가 겁쟁이처럼 내빼지 않고 수락한 뒤에만 자세한 계획을 밝히겠다는 자세를 일관합니다. 행크는 마음이 급해 앤디의 제안을 받아들여요.
악마와 천사
이야기는 한 줄로 요약 가능하지만 시간을 왔다갔다 하게 설계했습니다. 엄청 어려운 정도는 아니에요. 오히려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느낌이 듭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 덕분에 감정이 더 커지기도 해요.
범행한 날을 기준으로 앤디, 행크, 아버지 찰스(앨버트 피니)의 시간을 들여다봅니다. 앤디는 부유하지만 방탕해서 끝이 뻔히 보여요. 위험천만합니다. 매일 폭탄을 돌리는 모습이에요.
행크는 나약하고 능력이 없어 이리저리 휘둘립니다. 성실한 편도 못 돼요. 딸이 잘 크기를 바라서 비싸고 좋은 학교에 보내 등골이 더 휩니다. 분수에 안 맞게 살아요. 앤디를 무서워하고 따르는데 뒤에서는 아내를 탐할 정도로 부도덕합니다. 번 것보다 더 쓰고 약에 찌든 형이랑 닮은 구석이에요.
아버지 찰스는 은퇴할 나이를 넘겼지만 여전히 자기 사업을 운영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보석 세공도 잘하고 강직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어요. 한마디로 '일등 시민'입니다. 일과 사회생활에 몰두한 나머지 자식 농사는 서툴게 했어요.
부자간에 구체적인 사건은 알 수 없습니다. 앤디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지만 결국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된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와요. 아버지 찰스는 앤디에게 조용히 용서를 구하기도 합니다.
편집처럼 시간을 되돌린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앤디는 약을 끊고 건강을 챙기며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행크는 형의 아내를 탐하지 않고 전 부인과 관계를 돈독히 하며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었어요. 찰스는 더 오랜 세월을 거슬러야 하겠습니다. 악마는 천사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는 것 같아요. 좀 더 손쉽고 보상이 더 빠릅니다.
필립 세이 호프모어
앤디 역을 맡은 필립 세이 호프모어는 낮고 굵은 목소리, 욕망하는 외모를 갖고 있어요. 악역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다른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거나 생각을 조종하는 인물이 잘 어울려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에서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의 마음을 장악해 조련하는 렝케스터 역을 맡아 열열을 펼쳤습니다.
앙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에서 조연으로 나왔지만 시선을 확 이끌었어요. 음성과 풍채 그리고 자세만으로 부유와 부패를 캐릭터에 담아냅니다. 매우 추천해요.
한 줄 평
언제든지 더 나은 기회가 있었어 4.0
넷플릭스 왓챠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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