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큰 재미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미키 사토시 감독의 작품이에요. 엉뚱함이 정점을 찍은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스파이를 소재로 한다는 게 황당하지만 갈수록 크게 웃게 돼요. 상상력과 통찰력이 빼어납니다.
피식 넘긴 대사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요. 과장된 연기가 일본 만화 같습니다. 촬영과 편집에 큰 꾸밈없어요. 재미와 의미를 모두 충족하는 좋은 영화입니다. 매우 추천해요.
일탈
스즈메(우에노 주리)는 평범한 가정 주부입니다. 그저그런 남자로부터 그저 그런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했어요. 그럭저럭 살다가 남편은 해외 출장을 떠났습니다. 매일 전화해서 하는 말은 고작 “스즈메, 거북 군에게 먹이는 주고 있어?“예요.
스즈메는 갑자기 돌발행동을 시작합니다. 평범한 일상에 싫증이 난 모양이에요. 아니, 사실은 오늘 만나기로 한 잘 나가는 친구 때문입니다.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자랑거리를 급하게 만들어야 해요.
딴생각에 거북이 사료를 쏟아 배수구가 단단히 막힙니다. 대뜸 배관공은 ’다른 집 변기에서 오징어순대가 나왔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했어요. 스즈메는 홧김에 ’증거를 보여 주‘라며 길을 나섭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에요. 무작정 조수석에 올라탔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쨌든 진짜였어요. 배관공은 과학 실험실처럼 증거 오징어순대를 제대로 보관했습니다.
스즈메는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오늘 만난 쿠자쿠(아오이 유우)도 매우 특이합니다. 이름부터 남달라요. 우리말로 하면 공작입니다. 스즈메는 참새예요.
쿠자쿠는 이름처럼 화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프로 레슬링부를 만들어 이름을 날렸어요. 어느 날은 경마에 돈을 걸어 큰돈을 벌었습니다. 집에 가는 방법도 요상해요. 덤프트럭을 히치하이킹합니다. 옷차림도 유별나요. 나중에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사는 게 꿈이랍니다.
역전
어릴 적부터 스즈메는 쿠자쿠를 이기려고 애썼어요. 프로 레슬링부를 이기려면 더 대단한 게 필요했습니다. 선풍기에 오디오를 달아 시원한 북풍 소리가 흘러나오게 했어요. 여름에 차가운 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맞으면 더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누가 봐도 재밌는 상상이에요. 신문사에서 취재도 하고 큰돈을 벌었습니다.
과거를 훑고 돌아온 스즈메에게 날벼락같은 사과가 떨어져요. 가파른 계단 위에서 사과 장수가 쏟은 것들입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피하다가 수상한 전단이 눈에 들어와요. 손톱만큼 작아서 누구도 의심 없이 지나쳤을 그런 크기입니다.
손가락 끝에 옮겨 붙여 집으로 가요. 다시 읽어도 이상합니다. 스파이 모집이라니요. 어떤 일을 할지 모르는데 자세한 내용은 만나야만 들을 수 있습니다. 통화를 하고 나서 용기를 내 찾아가요. 허름한 집에 도착하니 평범한 남자가 맞이해 줍니다. 알고 보니 아내도 있고 역시 평범해요.
스즈메는 첫인상만으로 합격했습니다. 스파이로서 특별 임무가 있지만 지금은 본부의 지시가 없어 대기 중이라고 해요. 그동안 본분에 충실하길 부탁하며 거금의 활동비를 줍니다. 본분은 간단명료해요. ‘절대 눈에 띄지 말 것’ 입니다. 일상과 취미와 취향까지 모두 평범한 선택을 해야만 해요. 그 순간 스즈메의 삶 전체가 바뀝니다. 스파이의 시각으로 보면 모든 행동이 임무로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돼요.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신중합니다. 평소 본인의 뻔함을 굳게 믿고 약간의 눈치를 더해 결정을 내려요. 역시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며 임무를 완수해요. 부부도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미키 사토시, 오다기리 조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 오다기리 조가 출연해요.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목소리만 출연합니다. 바로 스즈메의 남편이었어요. 감독 미키 사토시와 오다기리 조는 함께 한 작품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 '텐텐'을 추천해요. 어느 날 빚쟁이가 함께 걷는 대가로 우리 돈 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유머가 풍부하고 결코 가볍지만은 않아 생각할 거리가 있어요.
한 줄 평
스즈메의 입단속 4.0
넷플릭스 왓챠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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