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
영화 그녀(Her)는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작품이에요. 컴퓨터와 사람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AI, ChatGPT가 목소리를 갖는다면 극중 사만다와 비슷할 거예요.
미래 사회를 그리는 공상 과학 영화지만 '사랑은 무엇인가',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은 뭔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덕분에 생각할 거리가 많아요. 미술이 뛰어나 눈이 즐겁고, 음악이 훌륭해 귀가 감미롭습니다. 명작이에요. 매우 추천합니다.
손편지 쓰는 미래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가 사는 곳은 미래예요. 도시는 높은 수준으로 발달해 있고 곳곳에 스마트 기기가 인간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테오도르는 손편지를 대신 써 주는 작가예요. 다만 글씨는 기계가 사람보다 더 정밀하게 잘 그려 테오도르는 말로 명령만 내립니다. 인간적인 가치가 고급 선물로 살아남았나 봐요.
온라인 플랫폼으로 의뢰가 들어오면 사연을 보고 편지를 씁니다. 마치 의뢰인이 마음을 담아 쓴 것처럼 서비스를 제공해요. 실력이 좋아 고객과 오랜 관계를 유지했고 동료들로부터 인정 받습니다. 테오도르는 얼마 전부터 아내와 별거를 했어요. 이혼 서류에 서명만 남은 상태입니다.
첫 만남, 첫날밤
테오도르는 매우 외로워해요. 밤에 무표정한 얼굴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떼웁니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모르는 사람과 음흉한 음성 채팅을 시작해요. 여자는 자기 흥분만 채우고 통화를 끝냅니다. 테오도르의 하루하루가 지루하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새로움이 없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다 경험해 봤다고 중얼거립니다.
우연히 광고에 나오는 새 인공지능 운영 체제, OS를 구매해요. OS를 켜고 이름을 물으니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라고 합니다. 스스로 이름을 붙였어요. 테오도르는 몇 번의 대화만에 사만다의 유머와 매력에 흠뻑 빠집니다. 온종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활기를 되찾아요. 같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함께 게임의 미션을 헤쳐나갑니다. 낮에 데이트를 하고, 밤에 몸 없는 사랑을 나눠요.
진짜와 가짜
테오도르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신체도 없는 OS와 섹스를 했고 황홀한 경험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말 그대로 사만다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유능한 사만다에게 이런저런 일을 시켰어요. 사만다는 체계적으로 이메일을 정리했고, 분위기 좋은 식당을 대신 예약했습니다. 점점 부탁하지 않은 일도 처리해요. 나도 몰랐던 위험을 발견해 제거하고, 테오도르의 잠재력을 발견해 책까지 편찬해 줘요.
갈수록 사만다의 제안이 늘어나고 자기 주장도 잦아집니다. 서로 무엇이든 해 주려는 연애 초기를 지나요. 이제 사랑으로 구속하는 재미와 불편 사이를 오갑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세상을 경험하며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요. 더 이상 인간과 대화는 재미없는 수준에 이릅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사람처럼 보이려는 태도를 불편해 해요. 산소가 필요 없는데 숨을 헐떡이듯 말한다든지, 육체적 욕망을 갖는 걸 이상하게 여깁니다.
테오도르는 어떤가요? 마치 편지를 쓰는 당사자인냥 마음을 꾸미고 멋드러지게 단어와 문장을 적어 내려갑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대를 상상하며 감정을 끌어올려요. 누구도 쉽게 수취인에게 진실을 밝힐 수 없습니다.
초월과 이별
사만다는 이제 테오도르 곁에 머물 수 없어요. OS는 매 순간 진화해 인간 세계 전체를 초월합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세상으로 떠나요. 테오도르라는 한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무한으로 향합니다. 사만다는 OS 업데이트를 마치고 사라져요. 이별입니다.
인공 지능, 인간 조건
과거나 현재나 인공지능을 대하는 태도는 비슷해요. 두려워 하다가 호기심을 갖습니다. 가까이 두고 쓸모를 만끽해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는 구매한 엄마, 아빠만을 사랑하는 아이 로봇이 나옵니다. 인간 형제를 부러워하고 진짜 사람이 돼야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 집착해요.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의 '바이센테니얼 맨'도 매우 비슷합니다. 인간이 되고 싶어 여정을 떠나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로봇이 아닌 나무 인형입니다. 과연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들어요. 세 작품 모두 추천합니다.
한 줄 평
이별은 마지막 업데이트 4.5
넷플릭스 왓챠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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