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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추천/명작 100

겟아웃 | 신선도 98% 명작 #3

 

 

최면에 걸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크리스
움직일 수가 없어요

찜찜한 꿍꿍이

겟아웃 조던 필이 감독한 공포, 미스터리 영화입니다. 크리스(다니엘 칼루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에요. 흑인입니다. 백인 여자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와 사귀고 있어요. 로즈의 제안으로 그녀의 가족을 만나러 갑니다. 로즈의 가족은 크리스를 반갑게 맞이하는데 뭔가 찜찜해요.

 

 

대화에서 꿍꿍이가 느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기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져요. 영화는 은근히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스타일, 반전 스토리,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 디자인이 훌륭해요. 연기력은 장르에 맞게 소름 끼칩니다. 매우 추천해요.

 

크리스에게 중요한 경고를 던지는 앤드류
여기서 당장 나가

기묘한 암시

감독은 큰 반전을 위해 착실히 이야기를 쌓아 나갑니다. 묘하게 기분 나쁜 대사가 있다면 기억하는게 좋아요. 여러 장면에 의미와 복선을 심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 보면 더 재밌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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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여자친구와 통화하며 걷는 흑인 남자 앤드류(키스 스탠필드)가 나와요. 보통은 가지 않는 동네로 보입니다. 밤은 깊었고 거리는 한산해요. 평화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어두워 무섭습니다.

 

흰색 자동차가 따라붙어 남자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요. 안 좋은 일에 엮이기 싫은 앤드류는 뒤돌아갑니다. 다시 돌아봤을 때 멈춘 채 운전석 문이 열려 있어요. 공포가 엄습합니다. 갑자기 나무 뒤에서 튀어나온 괴한에게 습격을 받아요. 그렇게 납치해 앤드류를 트렁크에 싣습니다.

 

 

입이 틀어막힌 채 신음하는 앤드류의 목소리가 그치자, 차 라디오에서 나오던 노래가 빈자리를 가득 메워요. 'Run Rabbit Run'은 사냥꾼이 토끼를 쫓는 활기찬 노래입니다. 토끼가 얼마나 빨리 도망치든 총을 들고 쉽게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해요. 음악은 백인으로부터 달아나야 하는 흑인 또는 크리스의 상황을 암시합니다.

 

그밖에 범상치 않은 장면들이 많이 있어요. 로즈의 어머니가 등장 내내 거슬린 소리를 내며 휘젓는 찻잔부터 밤에 미친듯이 달리는 로즈네 집 관리인, 귀족 같은 말투로 얘기하던 하인이 다른 사람이 된 듯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참아내는 모습, 나이 든 백인 여자와 결혼한 너무 젊은 흑인 남자까지. 마침내 결말에 다다르면 놀라움의 불꽃놀이가 펼쳐질 거예요.

 

늘 찻잔을 젓고 있는 미시 아미카지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해?

침잠의 방

'Sunken Place', 로즈의 어머니 미시 아미카지(캐서린 키너)가 크리스를 최면에 걸고, 뒤이어 말한 단어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미시는 크리스의 어릴 때 기억을 주제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듯 가장했어요.

 

최면에 걸린 크리스는 몸이 마비됩니다. 미시의 명령에 깊고 어둔 빈 공간으로 천천히 가라앉아요. 어쩌면 영화 스크린 같은 사각의 틀에 분명히 미시가 보입니다. 그런데 물리적인 거리는 점점 멀어져요. 실제로는 눈앞에 생생히 있지만 화면 속 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무력감이 느껴집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흑인이 백인으로부터 받은 고통도 비슷했을까요.

 

침잠의 방 장면은 조던  감독이 어린 시절 겪었던 악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의자에 갇힌 꿈을 꾸고 무엇을 해도 빠져나올  없었어요. 어릴적 꿈이 감독만의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건을 바라보듯 크리스를 지켜보는 백인들
흑인이 인기야

존 말코비치 되기

사실 로즈와 가족은 사람의 몸을 팔았어요. 로즈가 흑인을 유혹해 데려오면 어머니가 최면을 걸어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돈은 많지만 병든 백인에게 젊은 흑인의 몸은 상품이었어요.

 

백인 부자의 뇌를 흑인 머리에 이식해 대부분의 사고와 생각을 잠식했어요. 다만 몸의 신경을 완전히 끊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 주인의 기억이 일부 남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 가능했기에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몸에 들어온다는 발상은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와 똑같습니다. 세계적인 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에 들어가 15분 동안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체험이에요.

 

우연히 말코비치 머리로 들어가는 통로가 발견돼 사람들에게 입장권을 파는 기상천외한 내용입니다. 겟아웃에서 몸을 도둑맞은 흑인은 자기 자리를 빼앗은 백인의 삶을 함께 살아야 해요. 그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걸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합니다.

 

반면 말코비치 머리속에 돈을 내고 들어간 손님들은 자발적으로 보고 싶어서 구매했지만, 다른 사람 몸 안에서 세상을 보는 방식이나 모습은 매우 흡사할 거라는 상상을 했어요. 로즈 어머니로 나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던 캐서린 키너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도 역시 타인의 심리를 꿰뚫고 인형 만지듯 다룹니다. 매우 추천해요.

 

한 줄 평

빼앗긴 몸에도 봄은 오는가 4.0

 

넷플릭스 왓챠 스트리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