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거짓말쟁이 소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열아홉 살 생일이 지나기도 전에 수십억의 위조 수표 사기 행각을 벌였어요. 미국 전역을 돌며 신분을 위조하고 여러 개 직업을 가졌습니다.
불어 선생님으로 시작해 파일럿, 의사, 변호사로 살았어요. 놀랍게도 실화입니다. 다 보고 나면 더 재밌는 인트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의 연기 호흡, 탄탄한 스토리, 위트 있는 음악이 빛나요. 매우 추천합니다.
결말, 결국, 결정
영화는 예고된 비극을 미리 보여 줍니다. 중간에 연행되거나 수감된 모습이 나와요. 거짓말의 마땅한 결말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끝은 싱겁지 않아요. 참신합니다.
주인공 프랭크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유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어요. 돈 걱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교 행사에 나가고 좋은 음식을 먹고 큰 집에 살아요. 화목한 가정입니다. 부모님은 집에서 다정하게 춤을 춰요.
그러다가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아빠 프랭크(크리스토퍼 월켄)의 탈세 혐의가 밝혀졌어요. 국세청이 재산 대부분을 가져갔습니다. 벌금이 계속 부과돼 더 이상 전처럼 살 수 없어요.
엄마 폴라(나탈리 베이)는 괴로워합니다. 바뀐 생활 수준이 마땅치 않아요. 변호사인 남편 친구와 바람을 피웁니다. 결국 이혼까지 이르게 돼요. 아들 프랭크는 혼란스럽습니다. 가족을 지키고 싶어요. 하지만 엄마랑 살지 아빠랑 갈지 결정해야 합니다. 프랭크는 도망치기로 결심해요.
스펀지
아빠 프랭크는 허세가 있습니다.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걸 서슴지 않아요. 양복점 주인을 현란한 말솜씨로 속입니다. 예쁜 목걸이를 들이밀며 달콤한 말을 속삭입니다. 큰 은행도 어김없어요. 아들을 운전기사인 양 자동차 문을 열도록 지시합니다. 은행장이 아빠 프랭크를 마중 나와요. 하지만 어딘가 자신감이 부족합니다. 설득에 실패해요.
아들 프랭크는 아빠보다 낫습니다. 더 공격적이에요. 설득력이 전문성으로부터 드러남을 발견합니다. 전문가는 힘이 있어요. 프랭크는 아빠의 실패와 자신의 성공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전학 간 학교에서 한 달 동안이나 선생님 행세를 했어요. 자기보다 덩치가 큰 친구도 선생님 연기로 쉽게 제압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실험으로 경험을 쌓았어요. 통장 잔액이 없는 형편에 수표를 써서 숙박을 했습니다. 걸리면 위험이 큰데 무턱대고 시도했어요. 잔고가 없는 게 들켜 한밤 중에 쫓겨납니다. 골똘이 생각하다 무심하게 수표 위조를 시작해요. 칼로 긁어내고 숫자 몇 개를 바꿉니다. 자기 이름 위에 테일러라고 쓴 종이를 덧대요. 은행으로 가서 직원을 현혹합니다.
하지만 은행은 만만치 않아요. 거절에 거절의 연속입니다. 프랭크는 거절에서 배워요. "죄송합니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의 수표는 받지 않습니다." 터벅터벅 밖으로 걸어나가는데 제복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파일럿과 마주쳐요. 승무원이 그를 뒤따릅니다. 호텔 직원이 이름을 외우고 있어요. 아이들은 아이돌을 만난 것처럼 사인을 해달라고 조릅니다.
프랭크는 '신뢰'에 눈을 떠요. 보통 사람은 양복을 입고 회사에 갑니다. 특별한 사람은 옷을 입어요. 누구나 가질 순 없습니다. 사람들은 유니폼을 믿어요. 아빠 프랭크의 말이 떠오릅니다. "왜 양키스가 항상 이기는지 알아? 다른 팀이 유니폼에 기죽어서야."
이제 거칠 게 없어요. 프랭크는 모든 것을 흡수합니다. 학생 기자로 가장해 항공사 직원을 인터뷰해요. 너무 구체적이어서 의심할 수 없는 '말'들을 수집합니다. 'DC-8', '707', 'FAA 면허' 언뜻 들으면 뭐지 싶고 모르는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전문 용어들이에요. 같은 은어를 공유하는 집단에서는 나랑 '같은 과'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됩니다.
잔해
탄탄대로가 열렸어요. 조종복을 얻고 직원 수표를 위조해 사용합니다. 부자처럼 살아요. 매일이 파티입니다. 어느 날 FBI가 냄새를 맡아요. 칼(톰 행크스)이 프랭크의 행적을 쫓습니다. 신원이 발각됐고 프랭크도 그 사실을 알게 돼요. 불안합니다. 그리고 너무 외로워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우연히 간 병원에서 마음에 든 간호사를 만나요. 순간 의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아주 단순한 이유에요. 프랭크는 비행기를 타면 아직도 우유를 마시고, 이름을 바꿀 때도 만화 영화 주인공에서 따옵니다. 아이 같은 모습이 보여요.
의사 생활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정착하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결심해요. 여자친구 부모님 마음에 들기 위해 처음으로 정직하게 변호사 시험도 치릅니다. 덜컥 합격해 법정에도 나가죠. 거짓말쟁이의 진실한 삶이 시작됐어요.
여자 친구 브렌다 가족은 화목합니다. 부모님은 잉꼬부부예요. 함께 식사하고, 기도하고, 노래 부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프랭크는 과거를 청산하고 새 인생을 살고 싶어요. 하지만 거짓말의 잔해가 밀려옵니다. 칼이 턱밑까지 따라붙었어요. 다시 달아나야 합니다.
피노키오
결국 잡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영화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예요. 사실 거짓말쟁이도 진실을 좋아합니다. 가장 큰 아이러니예요. FBI 칼은 프랭크를 죽도록 잡고 싶습니다. 그런데 잘 살게 해 주고 싶어요. 역설입니다.
아빠 프랭크와 아들 프랭크의 신념 같은 대화는 훗날 머니볼로 이어져요. 머니볼은 미키 맨틀의 명언으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평생 해온 경기에 대해 놀랄 만큼 무지하다" 양키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그런 것처럼 머니볼 안에서도 두렵지만 선망하는 공공의 적이에요.
"왜 양키스가 항상 이기는지 알아?"
"미키 맨틀이 있어서요?"
"다른 팀이 유니폼에 기죽어서야."
캐치 미 이프 유 캔보다 더 서늘한 라이어도 있습니다. 바로 영화 '리플리'의 리플리예요. 리플리 증후군의 그 리플리는 사람 이름입니다.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여요.
디카프리오의 발전된 광기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돈에 대한 욕망을 잘 그렸어요. 사랑에 대한 집착은 '인셉션'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위태롭고 위험천만한 삶을 살아요.
캐스트 어웨이에서 본 톰 행크스의 차갑지만 따스한 면모는 '캐스트 어웨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줄 평
꾸밀 때 가장 불안하고 불행했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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