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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추천/두고 보자

방구석에서 내 미래 보기 | 관상

 

 

내경의 무리에게 활시위를 겨누는 수양대군
오늘 잡은 호랑이를 우리 김종서 대감께 갖다 드리도록 하거라

방구석

영화 관상은 한재림 감독의 작품이에요. 조선의 왕위 쟁탈에 끼어든 관상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시작부터 귀를 사로잡는 소리가 돋보여요. 음악과 음향으로 스토리를 끌고 갑니다.

 

 

덕분에 이정재는 역사에 길이 남을 배역을 맡았어요. 극 후반 등장해 순식간에 심심한 분위기를 반전시킵니다. 주변 인물과 편집에 아쉬움이 있지만 명절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아요.

 

처음 한양에 와 들뜬 내경과 팽헌
내 수염 깎고 그러니까 훤칠하니 쳐다보는 것이지

확! 끄는 소리

이렇게 단숨에 사로잡았던 영화 도입부가 있었나 싶습니다. 첫 장면부터 정신 차리고 보기 시작했어요. 한 노인의 걱정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언제 목에 잘려 죽을지 모른다는 망상에 빠져 있어요. 운명을 점친 관상가를 회상하며 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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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화면에서는 바다와 함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와요. 듣는 순간 '스캔들'과 '괴물'이 생각났습니다. 예스럽거나 통통 튀는 선율이 독특해요. 관상을 포함해 세 작품 모두 음악 감독이 이병우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운드, 효과음까지 극의 몰입을 부추겼어요. 다만 인물의 음성 녹음은 아쉬웠습니다. 수양대군(이정재)와 내경(송강호), 김종서(백윤식), 연홍(김혜수), 한명회(김의성)은 잘 들렸지만 다른 배역은 후시 녹음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마저도 명확히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궁궐 밖에서 왕 행세를 하는 수양
자 이제 내 운수 좀 봐 볼까

두둥등장

관상을 믿지 않는 사람도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등장이 그렇습니다. 김종서를 보면 바로 호랑이 같다는 말이 와닿아요. 호탕한 이목구비 덕분에 온몸에 후광을 달고 다니는 듯합니다. 뛰어난 지도자 상이예요.

 

반대로 수양대군은 관상가 내경의 설명 대로 역모의 상입니다. 어두운 구석이 강렬하게 느껴지고 누구도 그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위압감이 있어요. 기에 눌려 물러서게 됩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예를 갖춰도 언제 뒤를 칠지 모르는 인상이에요.

 

내경을 불러 처음 얼굴을 내보이는 김종서
어찌 내 얼굴을 그리 쳐다 보느냐

어색한 사람

김종서, 수양대군 다음으로 가장 기억에 진하게 남은 사람은 한명회입니다. 첫 장면에 목이 잘리는 걱정을 품고 다 늙어버린 노인이 바로 한명회예요. 내경이 관상으로 인물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내다보고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 맹목적으로 믿게 됐습니다. 한명회는 오른쪽으로 살짝 꺾인 목으로 음흉하게 말하는 특징이 있어요. 등장할 때마다 모든 관심을 앗아갔고 극의 재미를 몇 배는 높였습니다.

 

반면 팽헌을 연기한 조정석은 현대극에서만 자주 만나서인지 어색했어요. 내경의 아들 진형 역을 맡은 이종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말과 행동이 사극과 맥락이 다른 인상이에요. 아쉬웠습니다. 연홍, 김혜수는 흠잡을 데는 없지만 타짜의 정 마담과 겹쳐 보였어요. 새로운 면모는 적었습니다.

 

수양대군에게 계략을 전하는 책사 한명회
비슷한 용모를 가진 아이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정재, 백윤식

이정재는 시작부터 주연이었던 것 같아요. 올곧은 사람보다 겉으로는 흥청망청 살지만 어딘가 사연이 있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김성수 감독의 '태양은 없다'예요. '하녀', '도둑들', '신세계', '암살'까지 모두 입체적 인물이었습니다.

 

백윤식은 길게 나오든 짧게 지나가든 장면을 완벽히 훔쳐요. 영화의 흥행과 관계없이 홀로 빛나기도 합니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로 시작해 '범죄의 재구성', '그때 그 사람들', '싸움의 기술', '타짜', '돈의 맛', '내부자들'에 이르기까지 자기만의 색이 강한 배우예요.

 

한 줄 평

믿음에 대한 오래된 통계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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